시인 김청수
봄날은 푸른 구름이라고 불러야 하나
바람 건너오는 매화 향기에 취해
눈부신 분홍치마 자락을 보느라,
뒷산에 올라 숲과 돌의 가슴속에
발가락을 담갔다가 먼 산 너머 보네
도시는 전쟁의 폐허, 침묵하는 식당들
숨어서 노리는 코로나19
카톡, 카톡, 아가씨가 친절하게
어제도 왔고 오늘도 오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하룻밤 사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네
감기약처럼 몽롱한 31번 확진자
고양이처럼 발자국을 찍고 다닌 말씀 따라
봄꽃들 화르르화르르
세균으로 마른기침으로 번져
고통 받는 이들에게 약이 되지 못하는
창살 없는 감옥의 유배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매화 꽃잎의 법문 앞에 귀를 열고
봄바람에 좌선하는 일
고령문학 24집 코로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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