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시인)
분수(噴水)
엎드려
낮은 곳으로만
겸손히 흐르는 것을 거부하고
무슨 분노인가
무한 공간을 향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야만 하는 숙명'
형체조차 만들 수 없었던
부드럽고 연약한 몸체
얼마나 달구어지면
강철처럼
저토록 탄탄하고 강하게
곧추세울 수 있는가
그의 시선은
오직 공중을 향할 뿐
한 점 허공만 응시
일직선으로 숨 가쁘게 솟구쳐 올라
온전한 몸체로 직립
절정의 순간을 기다려 지상으로 곤두박질
포말로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
홀로 견디면서
기어이
자신을 소멸시켜 완성하는
저 애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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