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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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작은 행복

김년수(수필가,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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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년수(수필가,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제쳐놓고 먼 곳에서만 찾고 있다.
큰 행복보다는 작고 의미 있는 행복이 가치가 클 수 있다.
작은 것을 볼 줄 아는 능력, 노자는 그것을 '견소왈명(見小曰明)'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작은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명철한 지혜'라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때 소강절(韶康節)이란 학자가 지은 <청야음(淸夜吟)>이라는 시는 작은 행복의 의미를 읊은 시다. 우리말로 하면 '맑은 어느 날 저녁 혼자 읊조린다'는 뜻이다.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 달은 하늘 깊은 곳에 이르러 새벽을 달리는데,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 어디선가 바람은 불어와 물 위를 스쳐가네,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너무나 사소하지만 일반적이고 맑고 의미 있는 것들
요득소인지(料得少人知), 아무리 헤아려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아주 적네.
무심히 지나치면 정말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시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이 평범함에 있다.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 찾는 맑고 의미 있는 것들'이란 뜻으로 '작은 것 속에서 느끼는 행복'의 감정을 정감 있게 표현한 구절이다.
부귀를 누리거나 엄청난 공을 세워 사회에 이름이 알려지는 거창한 행복도 있지만, 남들이 이해 못하는 즐거움을 혼자 느끼는 행복도 있다. 인생의 목표는 크면 클수록 좋다. 그러나 그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작정 달려가다 보면, 우리가 느껴야 될 작고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을 놓칠 수도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나만이 느끼는 의미 있는 순간들을 사랑합니다." 일교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옷을 여미고 몸을 움츠리게 되고 가던 길도 재촉하게 됩니다.
‘달은 하늘 복판에 이르고, 맑은 바람이 물 위를 스쳐 불어 올 때에, 이런 청담하고 서늘한 경지의 의미를 알고 즐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는 말로 속뜻은 ‘진리, 즉 道(도)의 근본과 그 작용을 깨달아 스스로 얻는 즐거움’을 읊은 것이라 여겨진다.
애써 구태의 부와 권세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 할 것 없다. 소강절 선생이 강조한 청야음의 진정한 의미는 아주 평범함에서 얻는 행복이다. 일반이란 무슨 뜻인가? 특별하지 않은 것을 일반이라 하고. 곧 우리 모두가 요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큰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멀고 가깝고 작은 행복에서 진정 사는 맛을 느낀다는 말일 것이니 이 모든 곳도 다 무지불락이다.
우리가 생각기에 따라 우리 주변의 일상은 다 아름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 발견하고자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꼭 원대하고 널리 알려진 부와 성공만이 행복은 아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 얻어지는 작은 행복이야말로 누구나 누리려 하면 얻어지는 일반적인 행복이다. 나만이 느끼는 작은 행복은 길가의 작은 민들레에게서도 돌밭에 솟아나는 조그만 냉이 꽃 속에서도 충분한 의미를 터득할 수 있을 테니까.
바꾸어 말해서 화려한 장미도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인간에게 선사 하듯. 길가에 밟힐 대로 밟히다가도 봄이면 어김없이 노오란 꽃을 행인에게 비추어주는 민들레도 충분히 자신의 본분을 누린다면 그것이 곧 의식 없고 이성 없는 생명체지만 무언의 요득한 청의미를 전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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