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청수
벌초한다고 날 잡았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고향 집 앞마당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심어 놓은 늙은 자두나무
우산을 활짝 펼치고 반긴다
開化堂에 앉아 伯兄과 차를 나누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귀를 열고
간밤 참새 한 마리 처마 밑 전깃줄에 앉아
졸고 있던 측은지심 이야기 듣다
게걸스럽게 살아왔던
어느 도시의 모퉁이에 비를 피하던
해 질 무렵의 어린 영상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질 때
접무봉과 화개산방 사이 쌍무지개가 걸렸다
무지개다리 위에서 아버지 한 말씀 던지신다
그래도 너희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 벌초는 형제간 따뜻한 정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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