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태풍의 ‘길목’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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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나라가 태풍의 ‘길목’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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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동(편집국장)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지난 7일 우리나라 동해안을 할퀴어 많은 피해를 입히고 빠져나갔다. 지난달 26일 제8호 태풍 바비(vavi)에 이어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으로 인한 피해 복구도 미처 하기 전인 10여일 사이에 태풍 3개가 연이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9~11월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은 평균 0.7개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에는 링링, 타파, 미탁 등 3개의 태풍이 잇달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고, 위력도 어느 때보다 강해 큰 피해를 줬다.
연이은 태풍도 흔하지 않지만 한반도를 향한 수직 북상은 더욱 의례적이다. 보통 태풍은 한반도까지 북상해 내륙이나 대한해협을 지난 뒤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 며칠 사이에 있었던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은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온 뒤 거의 수직에 가깝게 북상했기 때문에 해안가의 피해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를 원인으로 꼽는다. 기상청은 2019년 기후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동쪽 해상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팽창해 한반도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추가로 가을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11호 태풍 노을(noul), 12호 태풍 돌핀(dolphin) 등 후속 태풍의 이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풍은 옛날부터 있어왔지만 태풍에 이름이 붙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태풍의 이름은 여자 이름으로 붙인다고 하는데, 그 이유와 태풍의 이름에 대해서 알아보자.
태풍의 이름은 1953년 호주의 예보관들에 의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예보관들은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초기에는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이용해 태풍 예보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태풍의 이름에 여자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이는 태풍이 부드러운 여성처럼 지나가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계의 항의가 거세지자 1979년부터 남녀의 이름을 번갈아 붙이게 됐다. 처음엔 서양식 이름이었지만 2000년부터 태풍의 영향을 받는 아시아 14개국으로부터 저마다 고유한 이름 10개씩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개미·나리·장미·수달·노루·제비·너구리·고니·메기·나비 등 10개이고, 북한은 기러기·도라지·매미·갈매기·메아리·소나무·버들·봉선화·민들레·날개를 태풍의 이름으로 제출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달과 나비, 북한의 봉선화와 매미가 퇴출되고 우리나라의 미리네와 독수리가 추가되고, 북한에서는 수리개와 종다리로 교체됐다.
그 외에 미국·타이·캄보디아·중국·홍콩·일본·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마카오·미크로네시아 등도 자기 나라 고유의 이름을 제출해 태풍의 이름에 차례를 정해 태풍이 발생하면 그 차례대로 이름을 붙이게 됐다. 이렇게 모운 이름 140개를 전부 사용하는 데 대략 4~5년이 걸리게 되며 모두 사용한 후에는 다시 1번부터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매미나 루사 등과 같이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이름은 각국의 협의 하에 재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에서 제출했던 ‘매미’는 퇴출됐다. 태풍의 피해는 시계방향에 해당되는 태풍의 오른쪽이 피해가 크다고 한다. 태풍은 육지로 올라오면 그 세력이 약해져 소멸할 확률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은 대부분 동해로 빠져나갈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일본의 피해가 훨씬 크게 된다. 태풍의 오른쪽이 피해를 입으므로 우리나라로서는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태풍은 바람으로 인한 피해도 많지만, 대부분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지나간 태풍 하이선의 직격탄을 맞은 동해안 일대에는 비·바람의 피해가 엄청났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국민들의 마음에 태풍으로 인한 더 큰 피해가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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