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의 훈요십조가 생각나는 요즘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

태조왕건의 훈요십조가 생각나는 요즘

김년수
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김년수.jpg

김년수
 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청와대·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런 지역 편중 인사를 본 적이 없다" "호남 검찰이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인사에선 검찰 핵심 요직인 이른바 '빅4'가 모두 호남 출신 검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1월 인사에 이어 두 번째 '호남 독식' 인사다. 전례 없는 일이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 설명 자료를 통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도모했다"고 발표했지만, 법조계에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역주의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의 '빅 4'는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네 자리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이 자리를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웠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북 고창, 심재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북 완주 출신이다. 신성식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전남 순천, 이정현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전남 나주 출신이다.
특히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심재철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임명되면서 이성윤·조남관에 이어 3연속 호남 출신 검찰국장이 탄생했다. 초유의 일이다. 특히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 7명 중 5명이 호남 출신이다. 5명은 신성식·이정현·심재철 검사장과 이원석·배용원 검사장이다. 비(非)호남 인사는 한동훈(서울)·이철희(울산) 2명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요직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코드는 이념적으로 좌파, 지역적으로호남 중용이다. 호남이 현 정권의 핵심적 지역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의 '우대'는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인구 분포와 비교할 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임종석 비서실장(전남 장흥), 장하성 정책실장(광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비서관(전북 전주), 한병도 정무수석, (전북 익산), 진성준 정무기획 비서관(전북 전주) 등 청와대 핵심 요직을 대거 호남 인사로 채웠으며 청와대 비서관급 7명도 호남 출신이었다.
태조왕건은 즉위 25년(942) 후세에 귀감이 되라는 훈요를 찬술하고 그 이듬해 중신 박술희에게 전했다. 훈요십조중 8조의 내용은 차현(車峴:차령산맥) 이남, 공주강(公州江:금강) 외(外)의 산형지세가 모두 본주(本主)를 배역(背逆)해 인심도 또한 그러하니, 저 아랫녘의 군민이 조정에 참여해 왕실과·임금의 외가 및 처가와 혼인을 맺고 정권을 잡으면 혹 나라를 어지럽히거나, 혹 통합(후백제의 합병)의 원한을 품고 반역을 감행할 것이다. 또 일찍이 관노비나 진·역(津驛)의 잡역에 속했던 자가 혹 세력가에 투신하여 요역을 면하거나, 혹 왕후·궁원에 붙어서 간교한 말을 하며 권세를 잡고 정사를 문란하게 하여 재변을 일으키는 자가 있을 것이니, 비록 양민이라도 벼슬자리에 있어 용사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박술희는 18세때 궁예의 부하였다가 왕건의 편으로 돌아선 인물이었다. 태조 4년 둘째 부인인 장화왕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무가 태자로 책봉되어 태조의 유훈대로 왕위를 승계하니 혜종이다. 그런데 혜종의 장인인 왕규가 난을 일으키고 진압되는 과정에서 혜종이 물러나고 정종이 등극했으며 왕규를 비롯한 박술희는 죽고 말았다. 이처럼 혼란스런 상황에서 태조의 훈요십조는 후대왕에게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왕실 서고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현종 원년 거란의 침입으로 궁궐 등 주요건물이 불타버렸다. 현종 4년 난이 어느 정도 수습되자 최항을 감수국사, 정심언을 수국사, 황주량과 최충을 수찬사로 삼아 실록을 편수하게 했다. 그런데 1024년 최항이 갑작스럽게 죽자 수사修史의 책임을 맡았던 최제안이 사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최항의 집에 갔다가 우연히 훈요십조를 발견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아린 상처를 남긴 훈요십조의 호남 기피는 오랜 역사성을 가진 집단 따돌림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정부 주요직 공무원도 상당수 바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지역별, 학력별 등과 같은 편중 인사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는 지역주의를 고려해 볼 때 지역적 인사편중 실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공무원 인사 정책에 있어서 지역적 인사편중이 가져오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과거 정부 주요직의 지역별 인사편중에 보복성 인사 보다는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여, 문제점을 파악한 후 문재인 정부가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