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고령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선택한 고령

윤성희<수필가/ ㈜은빛세상 대표>

고령군이 국민행복지수 ‘삶의 만족도’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불현 듯 나의 귀촌 12년차 만족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된다.
고령군으로 귀촌하기 이전에 나는 대구 달서구에서 살았다.
귀촌 할 곳을 찾기 위하여 의성, 안동, 예천, 영주, 합천, 등 수 십여 곳을 돌아 다녀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면 땅값이 버거웠고, 경제적 여건에 맞추기엔 도심에서 거리가 너무 떨어지기도 하는 등 조건이 잘 안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벼룩시장에 ‘고령군 성산면 대흥리 촌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대흥리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심심산골이었다. 방 두 칸에 부엌하나 구조인 흙집의 반은 허물어져가는 촌집이었다. 또한 지세가 산골짜기여서 집터라고는 갈치처럼 길쭉하게 생긴 다랭이논 같았다.
남편은 그 집터를 보자마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땅이구먼”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자동차를 향해 가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집에 커다란 땡감나무 한그루와 우물이 하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끌려 남편을 꼬드겨(?) 계약했다.
귀촌을 하기 전 지인들은 그곳에 농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연고자가 있는 고향도 아닌 낯선 곳의 귀촌을 많이 만류했다. 귀촌도 엄연한 타향살이라는 것을 매번 강조하기도 하고, 귀촌하면 텃세가 아주 심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러나 살아보니 그런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내가 터 잡은 곳의 이웃 어르신들은 모두들 우리내외가 친·인척이라도 된 듯이 된장, 간장도 아낌없이 퍼주시고, 제사 음식도 나누어 주며 한결같은 사랑을 주시는 인정 많은 분들이었다.
귀촌할 무렵 ‘사람이 한 달 살아가는 조건으로 쌀 다섯 되랑 소금 반 되면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야무진 각오를 다짐하며 귀촌을 감행했던 것이다.
귀촌 직후인 10여 년 전 고령군의 각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건소에서 주관하는 웰 다잉 프로그램과 평생학습지도자 과정의 교육에 참여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살아야 되는 고령군민으로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를 변화시킨 결정적 동기는 관에서 주관한 웰다잉 프로그램과 마을 평생학습 지도자 과정 교육인 셈이다.
만약 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나의 변화는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도 자비로 교육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회교육을 받기 전 나는 머리가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의 새까만 아줌마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당시(내가 사는 지역에서 헌신을 하고파서) 성산면 면장님에게 재능기부 봉사활동처 안내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일약 나의 존재가(재능이) 빛을 발하는 강사의 길을 걷게 해 주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나의 활동을 적극 격려해주시던 前 박 면장님, 그리고 관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나의 재능을 쏟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노인복지과와 보건소) 담당계장님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관계 공무원들의 협조로 실행할 수 있었던 재능나눔 활동은 노인대상 전문강사활동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으며 고령군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
지금 나는 강사생활 10년차이다. 이제 그 고마움을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역에 헌신하자는 또 한 가지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이제는 군민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자 ‘시니어 우울증 예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고령군민의 일원이 되어 산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특히 고령군의 가장 큰 축제인 대가야체험축제 때 관의 일사불란한 지휘아래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으로 거대한 규모의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 이곳에서 나 역시 웰다잉 관련 홍보대사가 되는 안내자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요즘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고령군민의 행복지수가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듯이 여태까지 귀촌생활의 선택이 한 점의 후회가 없었던 것처럼 고령군 관내의 부서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격려와 응원아래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진실 앞에서 용기를 내어본다.
아자 아자! 힘내자 고령군이여! 고령군민이여!

 

윤성희.jpg

 

윤성희<수필가/ ㈜은빛세상 대표>

 

구독 후원 하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