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나라> 화상자찬(畫像自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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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필나라> 화상자찬(畫像自讚)

김년수 (수필가, 일선김씨문충공파 종친회장)

화상자찬(畫像自讚)

조선 초에는 평양에 태조가 국왕이 되기 전 고려 시중으로 있을 때의 초상을 모신 영전(影殿)이 있었다. 태조는 1398년에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자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후 태상왕이 되어 북쪽 함흥으로 갈 때 평양에 들러 자신의 옛날 초상화를 보고 시를 지었다.


薄相胡爲在此中(박상호위재차중)
深思此理故人風(심사차리고인풍)
朝鮮始祖雖稱號(조선시조수칭호)
德乏前賢愧不窮(덕핍전현괴불궁)
"박복한 관상이 어이 이 안에 있는가 조선의 시조라고 일컫는다만 덕이 옛 현군보다 부족하여 부끄럽기 짝이 없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화상자찬이다. 자기비하에 가까운 이 평가에서는 처절한 성찰을 통해 자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TV조선 박모 앵커의 글을 읽고 그 말을 인용해본다. 대만에서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오자 천스중 위생복지부 장관은 국민 앞에 눈물로 사과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청와대의 파안대소 그 모습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사망자가 186명을 넘은 지금은 어떤가. 확진자는 10,280명을 초과하자 신천지 탓을 하다 때늦은 수출차단 조치에 마스크는 동이 났고, 이제 군인들까지 특정업체들의 마스크 유통에 동원되고 있다. 한 주에 2장이면 충분하다는 정부 여당의 말 바꾸기에도 국민들은 묵묵히 줄을 선다. 우리가 해외 입국자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이 전 세계 181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눈치를 보는 동안 오히려 중국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했다. 정부는 우리 방역이 세계의 모범이라고 자평하지만 미국 타임지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방역 우수사례로 꼽았고, 한국은 초기 늑장 대처로 확진자가 폭증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될 거"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큰 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아 감염병이 창궐했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민간의 방역 역량과 의료진의 헌신을 가로채 자화자찬 하고 있다" 아무리 총선이 코앞이라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정부의 자화자찬을 듣고 있자면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는 언제쯤 다른 고려사항 없이 오롯이 방역에만 충실한 정부의 모습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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