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간부자가 된 나의 일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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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갑자기 시간부자가 된 나의 일상(1)

윤성희(수필가/예비사회적기업 ㈜은빛세상 대표)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졸지에 시간 부자가 되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
사실 나이 들어가면서 시간부자 되는 게 당연한 현상이지만 준비 없이 얼떨결에 맡겨진 시간부자 역할이 엄청 부담스럽다.
원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최대한 그 가치를 살리며 사는 게 세상에 태어난 소명으로 알고 사는 철학을 가진 터라 무상으로 맡겨진 시간이나마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까워서 무척 당황스럽다.
그런 연고로 하다못해 누워서라도 상상이나 공상을 하면서 일을 만든다. 이것저것 세상에 널려 있는 잡다한 재료를 집어다가 날아가는 기와집을 지었다가 부수길 몇 차례, 그러다 새벽 동이 틀 무렵이면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하나? 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게 된다.
처음 대구에서 갑자기 확진자가 보도되던 그날부터 회원들은 모두가 당일 추진하든 윷놀이 행사를 취소하고 그날부터 수업을 휴강하기로 결정했다.
1주일이면 되겠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휴강을 결정했다. 물론 모든 회원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드려 주었다. 그 후 평소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동아리 수업 휴강이라도 할 참이면 많이 서운해 하는 분들이지만 코로나 19 소식에는 매정하리만큼 발길을 뚝 끊었다.
휴강 후 동아리 지원활동에 필요한 잡다한 업무와 예비사회적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서류 작업을 차근차근 방문객 방해 없이 진행 하니까 좋았다. 그동안 내게 온 잡다한 온라인생의 메일 정리도 하는 등 밀린 일을 하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쌍림면에 거주하시는 몇 분 어르신들이 작성하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민원처리를 해 주기도하고 코로나 19 사태가 오기 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상담도 해 드리는 등 편한 마음으로 대응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어 이제 시간을 어떻게 소일해야 할지가 숙제로 남고 말았다.
시간부자가 되고 나서야 사방팔방 바깥일 하느라고 등한시했던 현실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해서 이번에는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던 서랍과 창고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감염이 염려돼서 사람 모이는 식당에도 못가는 남편에게 도시락도 싸 주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오늘날 이 시대의 현실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은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는 시간개념이 뒤섞여서 생활 리듬의 불안증을 호소해 온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다행이라는 안도를 해본다.
그 가운데서도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면 다행히 티비를 켜면 미스터트롯인가 미스트롯인가의 예능 프로그램이 시간을 잡아먹는 귀신 노릇을 해 주어서 다행이며, 시력이 안 좋은 탓에 책을 접할 수 없는 현실을 대체해 주는 유튜브 강의들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료한 시간은 자꾸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 시간도 한정 되어 있음도 아니요, 상황이 종료될 때 까지란 단서를 달고 일상을 밀어버리려고 덤빈다.
코로나의 역습을 받아 인적이라곤 없는 산골에서 두문불출을 하게 되니 처음엔 좀 쉬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홀가분했건만 그 시간이 너무나 길다보니 점점 무기력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뭔가 희망을 찾아야 된다고 되뇌어 보지만 방법이 없다.
평소에도 세상의 온갖 다양한 경험이 하고 싶어서 눈을 반짝 반짝, 귀를 쫑긋 쫑긋하는 성격인데, 요즈음은 코로나19땜에 더욱 더 나의 성향이 몸살이 날 지경으로 몸부림친다. 인생후반에 귀촌을 하고나서부터 노년이라는 숙제만 바라보기로 하고 고령군이라는 지역의 현실에서 주어진 달란트대로 최선을 다하며 일에만 몰두했더니 시간 활용이 잘되어 가는 듯 오로지 앞만 주시하고 달렸는데 코로나19가 슬그머니 다가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로 발을 묶어 놓았으니 발버둥 칠 수가 없다.


이건 집안을 벗어나기만 해봐 라는 공갈 협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로 발을 묵어놓고 바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총구를 겨누고 있는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다.
돌이켜 보건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간 외에는 한 번도 시간부자가 되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소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인가 보다 .
지금은 세상이 올 스톱 된 양 그 많이 오든 메일조차도 뜸하고 카톡도 활동을 멈춘 듯하다. 
불현 듯 나이 들면 뭐하고 놀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래서 나이 들면 혼자 노는 방법도 배워 놓으라고 했을까? 미리 예습하는 시간으로 마감하라는 신의 뜻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햇살을 보면 면역력이 강화 된다는 뉴스에 집 주변이나 농로길 산책을 하면서 골똘히 생각을 해 봤다. 시간을 투자할 곳을 찾아야 되는데…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그러기를 수일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두 가지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힌다. 
사실 올해 들어서 노년의 취미 활동의 하나로 요즈음 대세인 장구난타를  멋들어지게 배워서 회원들과 함께 재능 나눔 공연을 해보는 상상을 많이 해 본 터라 다양한 회원들의 맟춤형 교안작성이나 작품구상을 해 보기로 했다.
우울증예방 프로그램인 동아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장구난타 동아리를 활기차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귀결했다.
소위 학교 다닐 적에나 해 보았던 자습이자 예습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이다.
장구공연 파트속의 주연은 아니더라도 봉준호 영화감독처럼 기획이나 리더십 이런 것이 나의 자질이 되므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
마당에 멍석 깔아놓은 김에 나와 같은 노년의 꿈을 가진 이들이 자발적인  장구난타 동아리를 하고 있어 그 상상만으로도 힘이 났다. 
그러자면 내가 자신감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나의 주 특기인 독학으로 장구난타 학습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독학을 하기 전에 학원등록을 알아봤더니 장구학원비 한 달에 십만 원, 시간투자, 돈 투자 노력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아랑장구 지도사 자격 따는데 100만원 달란다.
곰곰 생각 끝에 자격증은 벌써 취득한 거 있으니 완습만 하자. 내가 또 누구냐? 뭐든 독학으로 내 것 만드는 데는 이력이 붙었고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교수법에도 경력과 이력이 있어 독학을 하기로 했다
그 결심 후 수일이 지난 지금  하루하루 시간을 투자하여 유튜브에 오른 모든 장구난타작품의 동영상을 내 것으로 이해하고 응용해 창작품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 한 듯하다.
모름지기 어떤 일을 도모함에 있어 돈·시간·노력 세 가지가 필수요건인데, 이 참에 디스코장구, 난타 비법을 큰 경비 안들이고 내 노력과 시간투자로 대신했다.
이제 이 숙제도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나면  또  뭘 할 거나?  걱정이다.
시간 죽이기도 두렵지만 사실 두려운 건 생계 걱정이다. 월급쟁이들이야 삭감월급이라도 나오겠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스 강사들은 밥 굶게 생겼으니… 애써 불안함을 달래본다. 이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일을 만들고 찾는다.
그렇지만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되겠다.
이 참에 나의 자서전 쓰기 공부나 완습해 볼까?  나의 유튜브 채널 하나 시작해 볼까? 이런 궁리로 또 오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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