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십자회비 모금방식의 위헌적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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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적십자회비 모금방식의 위헌적 소지

적십자회비 모금용지에도 일반 세금고지서와 마찬가지로 주소와 세대주 이름, 납부기간이 명시돼 있다. 연말연시만 되면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고지서가 있다. 바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다. 대한적십자사는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을 '집중 모금기간'으로 정하고 각 세대에 지로용지를 발송한다. 문제는 일반 세금고지서와 유사한 형태인 탓에 많은 이들이 의무납부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십자사는 매년 연말연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를 25~75세 모든 세대주 대상으로 발송한다. 그러나 아직도 동네 이·통반장이 지로용지를 배부 납부를 독려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마을 이·통반장들은 ″적십자사가 전체적으로 우편함으로 보내지 않고 왜 이·통반장들이 돌리도록 한 것은 뭐가 잘못된 것이다″라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농촌지역에는 적십자 회비 납부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마을이장에게 마을전체에 부과된 금액의 30%∼50% 정도를 납부하도록 하므로 마을 이장은 마을 공동경비에서 일괄 납부하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이어지고 있다.
용지에는 일반 공과금 고지서와 마찬가지로 주소와 세대주 이름, 납부기간까지 명시돼 있다. 적십자사는 각 지자체로부터 세대주 성명과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 없이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적십자회비를 ‘의무 납부’해야 하는 줄 알고 회비 1만원을 납부하고 있다. 
실제 지로 용지에는 “적십자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성금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것도 지로용지 뒷면에 기록되어 있어 지로 용지를 꼼꼼히 살피는 사람은 없다. 
지로용지를 발송해 모금을 진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 198개국 적십자사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영세민에게까지 지로용지가 발송되면서 적십자사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실정이다. 적십자 측은 현행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세대주 이름'과 '주소' 두 개의 개인정보를 받아 일괄 발송하고 있는데, 수급자 정보는 민감정보에 속해 제공받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지로용지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에게도 지로용지가 발송될 수 있다'는 문구가 형식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것은 착각을 유도하려는 듯한 모금방식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로 용지의 발송 목적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라곤 하나 ‘착각’을 통한 ‘반강제적’ 성금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고 적십자사가 그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로용지서 형태로 마치 세금을 납부하는 형태로 회비 납부를 독촉하는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적십자사가 해당 법령을 근거로 정보 주체인 국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 받고서, 이를 적십자 회비 모금을 위해 활용해 왔다고 봤다.
아울러 적십자사의 자료 요청이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규정이 없어 별다른 제안 없이 자료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정보 수집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데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적십자 회비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행위는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해당 법령은 위헌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서도 이를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세금이나 공과금 납부서와 같은 형태의 지로통지서를 발부해 마치 납부 의무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적십자사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지적을 받은 후 2023년부터 지로 용지 폐지를 한다고 한다. 적십자사가 합리적인 방법을 마련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필가  김 년 수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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