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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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김년수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군주가 인심을 거슬러 행동하면 아무도 그를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군주와 백성이 충돌하는 것은 한층 더 심각하다. 언제든 물이 솟구쳐 배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운 예로 촛불의 혁명으로 부패하고 타락한 소통불능의 정권이라며 이를 뒤집어버린 경험이 있다.  과거의 낡은 시대를 폐기하고 성숙하고 정의로운 한국 역사의 큰 길을 만들겠다며 촛불 바다로 장엄하게 밝힌 현 정권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배는 물길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한다. 거역하려 한다면 뒤집어지거나 파손의 위험에 처할 것이다. 통치자는 국민의 정서를 거스르지 못한다. 정치란 이상을 추구하지만 대단히 현실적인 동물이어서 미래의 옳고 그름보다는 현재의 평가에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다스리는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이상을 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곤란한 것은 이 두 가지가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현실에서 칭송받는 지도자가 드물고 더러 있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치국’의 뜻을 품고 천하를 호령하려는 것은 그 명예와 권세가 하나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명예와 권세가 중하다고는 하나 정치란 타인의 행과 불행을 좌우할 수 있는 행위임으로 마음의 중심에는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스린다는 것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강하거나 약한 것은 작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통치자 스스로가 세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것이다. 올바른 치세란 남을 잘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치국의 근본은 치인에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가 10년에 이르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가 100년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을 다스리지 못하면 세상에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간신이나 난신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을 저지르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 난적도 애초에는 청운의 꿈을 품었던 인재였다. 그들이 왜 간신이 되고 난적이 되었겠는가!


통치자가 올바른 통치 이념을 설파하지 못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을 바로 세우고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며 기강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과 주변을 철저하게 단속했다면 감히 난적이나 간신이 활개 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사물은 긍정하고 다른 사물은 부정하는 것이 인간의 전통적인 심리다. 또한 순풍에 돛 단 듯이 순조롭게 일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간신은 통치권자를 연줄로 삼아 출세를 꾀한다. 그래서 통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을 지기로 알고 믿게 만들며, 그럼으로써 권력을 넘겨받고 고가의 녹봉을 취한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만 통치자를 위할 뿐,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간신은 일단 높은 직위에 오르면 다른 사람의 승진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그는 말만으로 타인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사람을 귀신으로, 귀신을 사람으로 만들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통치자에게 영합하는 것처럼 그에게 영합한다. 통치자도 자기 마음을 꿰뚫어보고 때맞춰 기분 좋은 말을 늘어놓는 그에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이것은 통치자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통치자는 신하의 아첨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화려한 말 속에서 말한 자의 속셈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통치자는 넓은 흉금을 가져야 하며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간신들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 치세에 성공한 통치자는 치인에 성공한 사람이다. 치인에 성공한 통치자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통치자가 함부로 사람을 나누어 평가하려 한다면 귀한 사람은 잃고 쭉정이만 챙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통치자는 이 말을 명심해야한다. 
순자의 왕제편에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 危則危將焉而不至矣(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 군이차사 위즉위장언이부지의) 임금은 배이며 서민은 물이다. 물이 배를 띄우지만, 물이 배를 엎기도 한다. 임금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면할 때 그 위기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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