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정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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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현정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닌가

        김년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물질적, 정신적인 성취 욕구를 충족하고자 허영심에 도취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취의욕에 빠져 무리하면서까지 지나친 운동이나 일을 하다 병을 얻어 고생하는 일을 우리는 종종 보고 또 경험한 바가 있다. 과유불급이란 목적한 바의 일에 대한 지나침이나 그 목적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자장’ 과 ‘자하’ 중 어느 쪽이 어집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라고 하자 자공이 그럼 ‘자장’이 낫단 말이군요. 라고 반문하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적당한 선의 중용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로 해석된다. 따라서 과유불급은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은 의미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로써 무리한 일을 한다거나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는 일, 과식을 하는 일 등 지나침을 의미한 말이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더니 역대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정치-군사-역사라는 한 축이 흔들려도 경제-문화-민간교류라는 또 다른 한 축이 지탱해왔던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있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의 이런 이중구조는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가히 ‘아베의 난’이라 할 만하다. 이 싸움은 기본적으로 승자가 없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양국에만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다. 양국의 동맹인 미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이 싸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듯하다. 한·일의 화해를 어렵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일본의 불철저한 과거 청산이었다. 많은 이들이 일본은 왜 독일처럼 하지 못하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일본은 군국주의 정치체제였던 천황체제가 존속됨으로써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1952년 재산청구권 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 측은 ‘대일 청구 요강’에 ‘피 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및 기타 청구권을 변제할 것’을 요구 했다. 이에 일본 측이 징용 피해 개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직접 배상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한국 측은 “개인에 대해서는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후에 한국 내에서 처리 하겠다”며 ‘일괄보상협정 방식을 주장하였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방식을 주장한 이유는 수교 자금을 경제개발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노무현 정부 때 한·일 회담 문서 공개 민관 공동위원회’가 설치되어. 이해찬 국무총리와 훗날 대법원장이 되는 이용훈 변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정의 효력 범위와 이에 따른 정부 대책을 논의했다.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여한 사실이 있다. 공동위는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상 청구권은 해결되지 않았으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서는 1965년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에 강제징용 배상이 포함되었다며, 정부가 당시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구제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분명 피해자고 일본은 가해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요구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에게 빌미를 주어 가해자 신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강화시킬 뿐이다. 고도의 절제력에서 우러나온 정제된 요구만이 상대에 대한 구속력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과유불급의 우를 범한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지만, 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과거사라는 대일 외교의 중요한 지렛대는 효력 상실의 위기에 처했다. 삼권분립 국가의 사법부 판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통용되기 힘들다. 오히려 사법부가 행정부의 영역인 외교 사안에 개입하여 삼권분립을 교란시킨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해결책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후, 정부가 나서 부족했던 배상을 책임지는 것이다.


과연 미국은 누구 편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위상의 차이가 확연해졌다. 최근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에 일본이 재빨리 동참한 반면, 한국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는 국민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국내 정치의 당파적 목표가 국익과 국격을 훼손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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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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