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과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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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  년  수

성공의 원인은 자신에게로, 실패의 원인은 주변 상황 때문으로 돌리는 것을 ‘이기적 편향’이라 부른다. 주식해서 돈을 벌면 자기가 잘한 거고 돈을 잃으면 시장상황이나 자문사가 잘못 한 거다. 성적 오르면 자기가, 나쁘면 시험이 어려운거다.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인간의 오랜 생존 진화의 결과이다.
비슷한 이론 중에 '기본적 귀인 오류'란 것도 있다. 내가 잘못한건 세상 탓이고, 상대가 잘못한건 상대의 자질이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을 뜻한다. 타인의 행동이나 문제적 상황에 대한 이유를 환경적 요인이나 특수한 외부 요인에서 찾지 않고,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 등 내적 요인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또한 집단을 이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인간의 생존전략적 진화의 결과다.
우리 민족의 강한 배타성과 집단결속력을 만든 근원이 바로 처절한 역사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진영 간의 배타적 대결양상, 빠들의 진영에 대한 충직성, 상대에 대한 넓은 이해보다 다른 점을 먼저 찾는 습관은 자신과 자신의 집단을 지키려는 역사의 결과란 것이다.
위로는 당, 수, 몽골, 청 아래로는 왜구 등 끊임없이 외침에 시달려온 우리의 처절한 역사는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 시켰다. 과거에 우리는 인간의 완성된 모습으로 군자(君子)를 설정했다. 인격의 완성체라 하는 군자가 되는 길을 이론적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충서(忠恕)라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모든 능력과 덕성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충(忠)이고, 그러한 자신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풀어 나가는 것이 서(恕)이다. 결국 자기완성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타인과 함께 어우러질 때 그 가치와 바른 종착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심보감에는
인수지우(人雖至愚) 책인즉명(責人則明)
수유총명(雖有聰明) 서기즉혼(恕己則昏)
“사람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남을 꾸짖는 마음은 명확하고, 비록 총명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용서하는데 있어서는 어둡고 혼미하다”. 는 말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이기적 편향'과 '기본적 귀인 오류' 성향이 강할수록 이중적이다. 자기편은 포용하고 다른 편엔 엄격하다. 자기가 한 말 알고 보면 자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것을 숨기기 위해 더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잘못된 과거는 반성해야하고 미래를 위한 개혁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한다. 하지만 제대로 반성하고 제대로 개혁을 하려면 내로남불을 철저하게 경계해야 된다. 더구나 우린 내로남불의 DNA가 깊은 민족이다. 개인의 잘못과 집단의 한계를 구분할 줄 아는 게 제대로 된 권력이 가져야 할 지혜고 혜안이다. 문화와 습속이 만든 문제를 개인에게만 책임 지워선 안 되고, 우리도 저지르는 일에 상대만 탓해선 안 된다. 내로남불이 되면 반성도 개혁도 할 수 없다. 늘 스스로를 객관화시키고 내부의 깊은 울림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로남불은 극복될 수 없다. 내로남불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200여 년 전의 개혁가 정약용 선생도 시대의 상식에 기반한 개혁을 주지시켰다. 상식이란 문화와 습속이다. 문화와 습속이 적폐다. 문화와 습속이 아닌 사람만 청산하면 적폐는 청산되지 않는다. 동시대의 삶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작정 용서하란 의미가 아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일없기를 바라고 자신에게 관대한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고 남을 꾸짖는 명확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더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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