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1위 경제대국이 어쩌다 마스크 공급 제때 못하는 나라로 전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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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11위 경제대국이 어쩌다 마스크 공급 제때 못하는 나라로 전락했나?

마스크 몇 개 사려고 점포가 문 열기도 전에 2~3시간씩 줄을 서고 그 줄이 몇 백 미터나 늘어서는 광경을 언론에서 자주 보는 희한한 요즘 풍경이다.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다.


세계11위 경제대국이 어쩌다 마스크 공급 제때 못하는 나라가 됐나?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고 처음 겪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년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던 부류에서 “이게 나라냐?”하면서 핏대를 세우더니 마스크 대란이야말로 “이게 나라냐?” 한다면 그들은 뭐라고 변명할지 자못 궁금하다.


현 정치권에서 정치를 잘 못하는 일이 어디 이것뿐이겠나 만, 마스크 대란 만큼은 변명의 여지없이 정부가 완전히 실패한 정책사례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했음인지 마스크 수급 안정대책으로 내 놓은 것이 지난 3월 9일부터 약국에서 신분증 제시 후 주 1회 1인당 2장씩 살 수 있는 고작 마스크 배급제다. 그것도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살 수 있는 정부에서 마스크 수급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 ‘5부제’다.


공산권에서 하는 배급제를 연상시키는 현상이 지금 우리 자유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스크 배급제가 요즘의 풍경이다. 과연 이 방법밖에 없을까.


어느 언론보도에 의하면 “아침부터 줄섰는데 30분 만에 동나 허탕을 쳤다”거나, “정부에 속는 것도 이제 지친다” 등 마스크로 인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지금까지 줄서서 기다렸는데 생년이 안맞다는 둥 신분증을 들고 왔는데 등본이 왜 필요하냐는 둥 곳곳에서 웃지 못 할 작은 소란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시행 첫날, 취재차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어느 약국 앞을 가봤다. 판매 시간이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지만 벌써부터 수 십 명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저마다 손에는 약국에서 나눠 준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판매 수량이 한정돼 있어서 그나마도 늦게 오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마스크 배급제 시행이 며칠 지났지만 ‘마스크 대란’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국마다 마스크 사려는 행렬은 여전하고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도 숱하게 목격된다.


경상북도에서는 ‘마스크 대란’ 해결을 위해 경북테크노파크와 함께 ‘경북형 마스크’를 제작해 보급하겠다고 밝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경북형 마스크’는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로 공급 단가도 훨씬 저렴하며 시중에 곧 보급될 전망이다.


‘마스크 대란’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지난 40여 일 동안 방역 당국이 아닌 정부 관료와 정치권이 오락가락 대응하면서 국내 마스크 대란을 낳았다니 더욱 분통이 터진다. 질병관리본부 및 감염내과 교수 등 방역 전문가들은 시종일관 ‘일반인은 마스크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의료기관 방문 시에는 일회용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병원 등 갈 때만 KF80을 써라”고 일관되게 권고 했고, 식약청에서는 “KF94만 써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써도 괜찮다”, 정세균 총리는 “면마스크 써도 된다” 등 비전문가들이 오락가락 발언으로 마스크 공포를 더욱 키웠다.


우리 국민들은 마스크 하나 제 때 사기 위해 이처럼 난리통을 겪는데 엄청난 양의 마스크를 중국에 수출을 했다니 분통 터지는 사람이 어찌 나 뿐이겠나.
지난 11일 어느 일간지에서 본 기사다. 중국의 前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일본에 기부한 마스크 100만장이 박스를 열어보니 한국산KF94라는 것이다. 한국인도 구하기 어려운 KF94 마스크가 어떻게 중국을 통해 일본에 기부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아마도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 전 KF94 마스크가 중국으로 얼마나 많은 물량이 빠져나갔나?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그나마도 면 마스크를 쓰는데…. 정말 분통터질 일이다.


마스크 판매 5부제로 국민들 애를 태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를테면 행정의 최 말단 기구인 통반을 활용해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답답한 마음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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