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선동시인, 스토리텔링 동화 연구가 아끼는 인형자꾸만 봐도 예쁘다웃지도 움직이지도 않지만옆에 딱 달라붙은 귀여운 껌딱지다머리 빗겨주고 옷 입혀주고맛있는 것도 먹인다 엄마가 아빠 인형이라면아빠가 엄마 인형이라면호랑이가 되진 않을 텐데 내가 언니 인형이라면나랑 잘 놀아줄 텐데 우리 집이 인형의 집이라면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엄마가 해주는 떡볶이 냄새처럼온 방안을 떠다닐 텐데
이용수시인, 예비역 육군 소장 나는 거북이,저 높은 언덕을 향하여토끼와 경주를 하고 있다오. 토끼가 얼마나 빠른지를 나는 잘 알고 있지만요 나는 우승한다는 꿈보다더 소중한 꿈을 갖고 있다오. ‘저 언덕을 오른다는 꿈’ 그 꿈이 있기에나는 모든 것이힘들지 않다오.
춘강 이종갑시인·시조시인 당 신 바람이 아니었다. 침묵을 깨는 것은 조그만 너 안의 까만 포도알이었어. 한없이 차고 따뜻한…….
주설자시인 흰 뼈마저도 흙이 되는 까마득한 세월 발굴의 솔질에 다시 깨어난다 살다가 묻힌 자는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지 백골로 누워 있다가 가지런한 잇바디 다물지 못한 채 할 말이 있다고 푹 꺼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대가야의 바람이 스쳐가고 불현 듯 그날의 울고 웃는 소리도 저 언덕 너머 아련히 들려오는 듯하다 오래 삭으면 고요가 되는가 오로지 기나긴 침묵만이 가야인들의 무덤을 감도는데 문득 우륵이 켜는 가야금 소리에 풀잎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문성희시인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둠이내리면 가로등 불빛은 외로운 곳을 밝힌다 오늘은 오늘의 꿈이 있고내일은 내일의 꿈이 있고 밤하늘 별이 되고 싶은 나는기도의 시간이 된다 밤마다 건너는희망의 돛 올리고 이룰 수 없는 고요함을 밀며끝나는 날까지 노를 저으리라 산다는 것은무작정 어둠을 밀고 간다는 것뜨거운 내일에 부딪쳐 살아간다는 것
우상혁시인 어느 유명한 철학과 교수가제자들과 산행 중 화두를 던졌다 심조불산하니 호보연자라제자들은 머리를 싸매며스승의 여덟 글자에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가 하여하산 때까지 저마다 깊은 생각에 빠져그날 산행은 원치 않은 팔자 해석 산행이 되고 말았다 下山酒 자리서제자들이 팔자 해석을 요청하니교수 曰너희들은 앞만 보고 길만 찾으며정답만 푸는 삶을 살지 말고때론 거꾸로도 걷고 뒤도 자주 돌아보며오답도 정답 이상의 명답이 될 수 있으니그런 관점서 답을 찾아보게나 하니그제야 학생들이 무슨 뜻인 줄 알고한바탕 웃음으로 화답했...
유윤희시인 우아한 자태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배울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아침에 이슬을 먹고푸른 하늘 높이 올라 구름 속을 노닌다.해가 지면 물안개 아늑한 강가 소나무 위에서멋들어진 친구들과 천년을 살지.ㅇㅎㅎ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제왕그 누구도 감히 나를 이길 수 없다.옛날 사나운 해적선이 폭풍과 싸우다이제는 조용히 자고 있는 바닷속보석이 자갈처럼 널려 있는형형색색 산호숲에 머물다가야자수 섬 사이에서 산처럼 잠을 잔다. 지금까지누구도 완전하게 기록하지 못했다.나는 학고래다.
정효영시인 바다 한없이 넓은 세상 날마다 평온한 수평선의 행복 세상의 온갖 오염을 한없이 받아주는 바다 은빛 물결 꽃으로 피어나는 바다 큰 파도의 뚝심과 바다를 차고 오르는 배짱 바다의 사나이다
설화영시인 무상화 만개한 봄꽃에서 항상 하지 못한 무상을 보듯 몸과 마음의 이 느낌 저 생각 하나 변하지 않는 꽃자리 어디에도 없네 보고 듣고 말하는 몸짓들 하나조차 선악을 분별하는 구름 같은 모든 것이 아상(我相)에 얽매인 마음의 탓인 것을 봄꽃보다 앞서 피는 그 이름 무상화여 시간과 공간의 올실과 날줄처럼 인과 연이 생하고 맺는 것도 탐진치의 한 생각 생멸의 법칙이니 본성의 인과(因果)는 무상의 꽃이구나
김성선시조시인 봄이다 진달래가 지천인데 뭐 하노화전이 묵고 싶다 하더니 안 오나열어둔 대문 꼭대기에 지는 해가 걸치었네 여름엔 수박 잘라 평상에 앉아봐라옥수수 한 자루씩 뜯으면 좋지 않나자식들 발자국소리 맨발로 맞으시네 입맛이 왜 이렇게 갈수록 없나 몰라혼자서 키운 자식 주마다 부르더니먹고픈 맛이 아니라 보고픈 맛이었네
진금숙동시인 꾸욱 눌러쓴 한마디에떨리는 이내 가슴 밤하늘 검은 머리땅 밑까지 내려올 때올려놓은 이 편지를 바람 위로 띄워볼까흰 눈으로 쌓여볼까 쌓이다 쌓이다창가로 무너져그리움으로 닿게 할까 * 작가 프로필스토리텔링 동화연구가대가야스토리텔링 예술연구회 기획이사숲향기아로마 교육이사레크레이션 강사
김영식시인 가창오리떼의 군무는석양빛 찬란할 때요동치는 날갯짓이 더 장관이다 호수나 늪지대에앉고 뜨는 것이 하나같은데그 아름다움이황홀난측이다 잠시 왔다가 떠나는철새의 위용이저렇게 경이로울 줄이야! 가고 없는 텅 빈 늪은빙 배같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