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6.04 (목)



 

탁발승

편집부 2020-05-15 (금) 19:32 19일전 14  


김청수(시인)

매실나무에 걸린 문장을 새가 읽는 아침

가지가 생이고 길이고
발가락, 또 다른 문장의 밑줄 긋고
주둥이로 콕콕 눌러 마침표를 찍는다

저놈, 한석봉의 핏줄이라도 되나

새벽녘에도
나의 꿀잠을 깨우며
쓰다만 문장을 읽고 또 쓴다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선사의 독경 소리에 귀를 열고
그 소리의 기억 오랫동안 홀로 앉아
문장의 가락에 맞추고

아침 해는 詩가 된다

저 저, 탁발승 문장을 물고
또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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